베트남의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 증권코드 VFS)는 2023년 나스닥 상장 이후 폭발적인 주가 상승과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빈그룹(Vingroup)의 자회사로,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같은 거대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장 초기 시가총액 1,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포드와 GM을 합친 수준을 넘어섰지만, 이후 주가는 90% 이상 하락하며 논란을 낳았다. 이 글에서는 빈패스트 주식의 상장 배경, 현재 재무 상태, 그리고 투자 가능성을 세 가지 소제목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과대평가 논란, 제한된 유통 주식, 그리고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빈패스트의 미래를 점검하며,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리스크와 기회를 찾아본다.
1. 빈패스트의 나스닥 상장과 초기 급등
빈패스트는 2023년 8월 15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블랙스페이드애퀴지션(BSAQ)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시초가 22달러에서 종가 37.06달러로 68.5% 급등하며 시가총액 850억 달러를 기록, 포드(480억 달러)와 GM(460억 달러)을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 불과 일주일 뒤인 8월 22일, 주가는 82.35달러로 치솟으며 시가총액 1,600억 달러를 돌파, 테슬라와 토요타에 이어 자동차 제조업체 3위에 올랐다. 이러한 급등은 베트남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빈그룹의 강력한 재무적 뒷받침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급등은 펀더멘털과는 거리가 멀었다. 빈패스트는 전체 주식의 99%를 팜 녓 브엉 회장이 이끄는 빈그룹이 보유하고 있어, 유통 주식은 130만 주로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적은 거래량에도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원인이었다. CNN과 블룸버그는 이 현상을 “유통 주식 부족으로 인한 이상 급등”으로 평가하며, 주가 거품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상장 후 10일간 주가는 비합리적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이는 기업의 실질적 성과 무관했다.
빈패스트는 2017년 설립 이후 전기차와 전기 스쿠터, 예비 부품 및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8년 전기 오토바이, 2019년 SUV와 세단, 전기버스를 출시하며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특히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며 기술적 신뢰를 확보하려 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연간 15만 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2022년 판매량은 2.4만 대로, 테슬라(180만 대)나 BYD에 비하면 미미했다. 2023년 판매 목표는 4~5만 대였으나, 4분기 매출 4억 3,650만 달러에도 불구하고 6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문제를 드러냈다.
상장 초기 주가 급등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낙관론과 빈그룹의 브랜드 파워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낮은 판매량, 높은 손실, 그리고 미비한 생산 인프라는 과대평가 논란을 낳았다. 월가 분석가들은 빈패스트의 주가가 기업의 실질적 가치와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했으며, SL인베스트먼트는 “불확실한 생산 일정과 낮은 수익성”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2023년 5월 미국에 수출한 999대 차량 전량이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오류로 리콜되며 품질 문제도 부각되었다.
2. 재무 상태와 리스크 요인
빈패스트의 재무 상태는 투자자들에게 주요 우려 요인이다. 2023년 4분기 매출은 4억 3,6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6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누적 손실은 57억 달러(약 7.8조 원)에 달하며, 이는 모기업 빈그룹의 재무 상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으로, 부동산,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빈패스트에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그러나 빈패스트의 지속적인 적자는 빈그룹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11월, 빈패스트의 미국 증권법 정보공개규정 위반 의혹으로 로펌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자 빈그룹 주가는 장중 하한가(7%)를 기록하며 6.43% 하락했다.
빈패스트의 주가 변동성은 유통 주식 부족에서 비롯된다. 전체 주식의 99%가 빈그룹 소유로 묶여 있어, 시장에 풀린 주식은 극히 적다. 이는 소수의 매수세에도 주가가 급등하거나, 공매도와 같은 매도 압력에 급락하는 구조를 만든다. 2023년 8월 29일, 공매도 전문가 짐 카노스가 빈패스트를 “밈 주식”이라 비판하며 주가가 40% 이상 급락한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미국 투자펀드 요크빌과 10억 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계약은 주식 수를 늘려 기존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을 높였다.
품질 문제도 리스크 요인이다. 2021년, 빈패스트 럭스 A 2.0 차량의 타이어 압력 센서, 와이퍼, 충전기 결함 등이 유튜버를 통해 공개되며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렸다. 2023년 미국 리콜 사태는 빈패스트의 기술적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베트남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도 판매 확대의 걸림돌이다. 베트남 중산층의 구매력은 아직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고가인 전기차를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충전소 네트워크는 주요 도시 외곽으로 확장되지 않았다.
빈패스트는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와 협력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테슬라, BYD, 루시드, 리비안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는 추가적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빈패스트의 EPS(주당순이익)는 -1,504.21로, 수익성 부재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재무적 취약성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리스크를 안긴다.
3. 투자 가능성과 미래 전망
빈패스트의 투자 가능성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빈그룹의 지원, 그리고 글로벌 확장 전략에 달려 있다.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베트남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제조 비용 절감과 지정학적 이점으로 주목받는다. 빌 루소 오토모빌리티 CEO는 “중국이 아닌 베트남이 미국의 전기차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빈패스트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빈패스트는 인도네시아에 2026년까지 12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3만 대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장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빈그룹의 재무적 지원은 빈패스트의 강점이다. 2019년 SK그룹의 10억 달러 투자(지분 6.1%)를 포함해, 빈그룹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빈패스트의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팜 녓 브엉 회장이 2024년부터 직접 CEO를 맡아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조직 개편과 CFO 교체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삼성SDI 배터리와 BMW 기반 차량 설계는 기술적 신뢰를 더한다.
그러나 투자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빈패스트의 주가는 2025년 6월 기준 3.15달러로, 고점(93달러) 대비 96%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73.9억 달러로, 상장 초기의 1,600억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시장의 초기 과대평가가 조정된 결과로 보인다. 2024년 5월 14일 주가가 51.5% 급등한 사례는 밈 주식 열풍에 따른 단기 변동성으로 분석되며, 지속 가능한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빈패스트의 주가가 펀더멘털보다는 시장 심리에 좌우된다고 경고한다.
빈패스트의 미래는 생산 능력 확대와 품질 개선에 달렸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연간 48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 BYD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 확보는 어려울 것이다. 베트남 내수 시장의 전기차 인프라 확충도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은 빈패스트의 낮은 유통 주식, 높은 변동성, 그리고 재무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빈그룹의 지원은 기회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론 리스크가 더 두드러진다.